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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챙겨, 그거 나쁜 거 아냐.

도서 '수익 먼저 생각하라' 리뷰

저자 : 마이크 위칼로위츠

 

2017년 4월, 전역을 하고 엄마가 차린 매장의 일을 도왔다.

나의 엄마 H는 20년간 장사를 했고 흔히 말하는 CS(Customer Service, 고객 관리)의 달인이었다.

어렸을 적에 나는 종종 H가 일하는 가게에 갔었다. 아직도 웅성거리는 손님들 목소리 속에서 급히 움직이던 H가 기억난다. H의 능력은 매장이 바쁠 때 빛을 발했다. 밀려오는 주문과 손님의 요구와 불만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점원 분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뭐랄까 영웅 같았다. 금방이라도 문제가 터질 것 같은, 불가능해 보이고 유지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을 하나씩 정리하며 나아가는 영웅.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돈을 내는 게 아니라 H가 주문과 손님의 요구와 불만을 받아내는 모습에 감탄하며 돈을 내는 것 같았다. H는 내게 영웅이었다.

 

그런 H가 매장을 시작한다니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리 없었다.

보란 듯이 성공해서 가정에게 큰 상처를 준 H의 전 남편, 나의 호적상 아빠인 A가 크게 후회하기를 바랐다. 

 

H는 열심히 했다. 운영 초기에 매장은 휴무일 없이 하루에 12시간 운영되었다. H는 주 7일 출근했고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을 때 쉬었다. 

나도 열심히 했다. 하루에 7시간 정도 매장을 지켰고 어떻게 하면 손님이 더 많이 올지 나름 고민을 거듭했다.

 

H의 노력과 나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오픈 6개월 뒤에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꽤 늘었었다.

금요일, 토요일에는 자리가 없어 손님을 못 받는 일도 잦았다.

 

그런데 가게는 오픈 후 약 2년 뒤에 문을 닫았다. 인테리어 비용, 집기 구입 비용은 조금도 회수하지 못했다.

집 안에 빨간딱지, 노란 딱지가 덕지덕지 붙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나 H에게 큰 손실이 생겼음은 분명했다.


1.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
그 돈이 내 지갑에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H는 늘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 확실히 그렇다. 그런데 그 돈이 H의 돈, 내 돈이 되지는 않았다. 재료비, 인건비, 세금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제하고 나면 H에게 돌아오는 돈, 즉 실질적인 수익은 없었다. 그래서 H는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하고는 했었다. 돈은 따라온다던 H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마이크 위칼로위츠가 쓴 <수익 먼저 생각하라>에 따르면 H와 나는 수익을 먼저 챙겼어야 했다.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다면 적어도 10만 원은 수익 통장을 만들어 집어넣어야 했다. 비용 문제는 990만 원으로 해결해야 했다. 매출의 1%도 수익으로 돌릴 수 없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괴물임을 알아차려야 했다. 이 괴물은 늘 매출보다 비용이 높아 창업자, 사업자가 투자에 목을 매게 하거나 빚을 지게 만든다. 결국 이 괴물은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만든다. 막대한 빚을 지고 그만두느냐, 조금의 빚을 지고 그만두느냐, 빚을 지기 직전에 그만두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열심히 해서 따라온 돈의 일부가 사업자, 창업자의 지갑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집어넣어야 한다. 수입 통장에 최소 1%는 무조건 사업자, 창업자의 수익 통장에 집어넣어야 한다. 비용 문제는 1%가 빠진 금액으로 해결해야 한다. 수익을 먼저 챙기지 못하면 사업자, 창업자는 수십억 수백억 단위의 연매출을 기록해도 손에 돈 한 푼 쥐지 못한다.

 

2. 위기 속에서는 매출을 위한 모든 일이 정당화된다.

H와 나는 비슷한 이유로 자주 다투었다. 장사가 안된다고 생각해 대안을 내놓으면 둘 중 한 명은 대안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합의에 이르지도 서로가 설득을 해내기도 어려웠다. 서비스의 확장이나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H와 나는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없어 마음이 급했다.

 

실제로 H는 다른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원래의 매장 방향과는 다른 메뉴를 출시했다. 영업시간을 변경하기도 했다. 점심장사를 포기하고 저녁 장사 시간을 늘려야 술을 팔아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대안들이 좋은 대안이었는지 허무맹랑한 대안이었는지는 굳이 찾아낼 필요도 알아낼 필요도 없다.

중요한 점은 H와 나는 손에 돈을 쥐는 일부터 해내야 했다는 것이다.

 

손에 돈을 쥐지 못하니 정말 모든 일이 정당화되었다.

매장이 가진 취지와 방향성에 맞지 않는 대안이 생겨났고 그 대안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러다 우리 굶어 죽는다 라는 말에 취지와 방향성은 한없이 무력했다. 


마이크 위칼로위츠의 <수익 먼저 생각하라> 속 내용은 한결같다. "수익 먼저 생각하라"

왜 수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지

수익을 먼저 생각하면 생겨날 것 같은 문제들은 왜 생겨나지 않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아! 모든 문제는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아서 발생하는구나!

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취지와 방향성이 무력해지지 않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창업자, 사업자의 수익이 일정 부분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정리는 꽤 자주 기억하기로 했다.

 

책을 읽고 나니까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H는 무능해서 망한 게 아니라 자신의 수익을 우선시하지 않았기에 망한 것 같아서. 그리고 나와 H는 서로가 무능해서 다툰 것이 아니라 당장 삶을 영위하기에 문제가 없을만한 수익을 먼저 마련하지 못했기에 다툰 것 같아서 그렇다.

 

나의 엄마 H가 언젠가 다시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열심히 해서 따라온 돈 중 얼마 정도는 일단 엄마 호주머니에 먼저 넣자고.
그다음 직원 분들 월급도 주고 재료비, 월세도 내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유능한 나의 영웅 H가 스스로를 무능하다 평가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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